[스마트경제] 술에 취해 클럽에서 만난 상대와 하룻밤을 보낸 남성 A씨. 이후 준강간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 당시 본인도 만취해있던 상태로 정확한 상황이 기억나지 않아 조사 단계에서 혐의를 명확히 부인하지 못했고, 피해자인 상대방이 완고하게 처벌을 원해 사건은 재판에 넘겨졌다.
진행 과정에서 A와 변호인은 정황상 혐의가 사실일 확률이 높아 혐의 부인은 더 중한 처벌을 받게 될 것이라 협의, 혐의를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이에 A와 변호인은 형이 무거움을 들어 항소를 재기했으나 법원은 요청을 기각했다.
법정 판결도 사람인 판사가 하는 것으로, 판단의 근거가 되는 증거의 문제나 양형이 너무 적거나 과하게 결정되는 등 상황에 따른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우리 법은 항소라는 절차를 가지고 있다.
항소란 지방법원에서 진행한 제1심의 종국판결에 대해 다시 판결을 구하기 위해 가장 가까운 상급법원에 하는 불복신청으로, 단독판사의 판결에 대해서는 해당 지방법원의 합의부가, 합의부의 판결에 대해서는 고등법원이 각 항소심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항소에는 여러 가지 제한이 있다. 민사사건의 경우 판결문을 송달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형사사건은 판결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를 진행해야 한다. 항소장을 제출한 이후로도 항소이유서를 민사에서는 ‘석명준비명령’에 따라, 형사에서는 ‘소송기록접수 통지서’를 받은 이후 2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는 등 조건을 따르지 않으면 항소가 기각될 우려가 있다.
항소는 이미 결정된 판결을 두고 옳고 그름, 합리성을 심의하는 재판이기 때문에 항소이유서가 중요하다. 원심판결의 요지, 사실관계의 오인, 법리 해석의 방향, 심리미진, 양형부당 등의 내용을 담게 되는데 원심판결의 어떤 부분이 잘못되었는지를 정확한 이유와 함께 제출해야 한다.
모든 요건을 갖추고도 항소 요청이 받아들여지는 일은 많지 않다. 사법연감에 따르면 17년 민사 합의 사건 중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이 취소된 비율은 약 34%, 대법원에서 항소심 판결이 취소된 비율은 약 6.5%에 불과하다.
사람이 진행하는 판결이 항상 옳을 수는 없으므로, 항소심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매우 중요한 제도적 절차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항소는 남발로 인한 법 기강 해이 등을 방지하기 위해 제한된 절차를 두고 있어 진행에 주의가 필요하며, 종국판결에 대한 불복이기 때문에 극단적이거나 추측성의 주장이 아닌, 법리의 정확한 해석 등 전문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항소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될 수 있는 대로 빠르게 법률 전문가를 찾아 정확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법무법인 제이앤피 윤재필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