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 30개 유치원, 과일 4배·야채 2배·계란 2배 더 주문… 그동안 정량 제공 안한 듯
교비를 사적인 용도 등으로 유용한 이른바 ‘비리 유치원’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비리 유치원 명단 추가 공개 및 각종 제재 방안 마련에 대한 국민적 공감이 형성된 가운데 웃기지만 웃지못할 ‘웃픈’ 이야기가 알려졌다.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되자 유치원에 급식 등을 납품하는 업체의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네티즌 제보가 나왔다.
15일 보배드림 게시판에는 ‘유치원 급식 납품하는 사람입니다’라는 글이 올랐다. 이 글은 현재 베스트글로 선정됐으며 수만명이 읽고 수백개의 댓글이 달린 상태다.
게시자는 “넘 웃겨서 여기 올려봅니다”라며 자신이 유치원 30군데에 납품하는 업체의 하청 직원이라고 신분을 소개했다. 게시자는 주로 야채와 과일을 유치원에 공급한다고 했다.
게시자에 따르면 유치원에는 하루 전에 물류를 입고시켜줘야 다음날 아침배송이 가능하다. 게시자는 14일인 일요일에도 업무를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신학기도 아닌데 갑자기 납품량이 확 늘어나 의야 했다고 말하며 귤·사과·포도·메론·감 등이 한 유치원당 4배 정도가 늘었고 야채의 경우 대략 2배가 늘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게시자는 “지금까지 아이들에게 정량을 안줬다는 이야기다”며 웃픈 현실을 지적했다. 또 “계란의 경우 따블(두배) 이상 들어갔다”며 “감사가 나오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니까, 이제 와서야 정신이 드나보다”며 허탈한 소감을 남겼다. 물론 유치원에 대한 강도 높은 욕설도 함께 적었다.
한편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비리 혐의가 적발된 유치원 명단을 공개, 국민적 분노가 일고 있다. 박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감사를 벌인 결과 총 1878개 사립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적발된 금액 규모는 269억원에 달했다.
적발된 건수도 놀랍지만, 유치원 교비 사용처가 알려지자 황당함에 국민들은 분노했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유치원은 교비를 갖고 원장 핸드백 구입, 노래방, 숙박업소 등 납득하기 어려운 곳에서 비용을 지출했으며 심지어 성인용품까지 구매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유치원 연합회 회비 대납, 원장 차량 유류비, 자동차세와 아파트관리비까지 내는 등 국민 세금인 교비가 원장 생활비와 용돈 등 불법적으로 사용됐다.
특히 성인용품을 구입하는 등 가장 어처구니없는 비리를 저지르고 파면을 당한 환희유치원의 경우, 해당 원장은 학부모가 집단으로 항의하는 자리에서 갑자기 실신하기도 했다. 환희유치원 원장은 미리 대기하던 앰블런스를 타고 병원으로 사라져 다시 한 번 국민적 공분을 샀다.
김진환 기자 gbat@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