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산업 리포트] 영화가 진정 창조산업이 되려면...'근로단축' 직면한 영화계
[영화산업 리포트] 영화가 진정 창조산업이 되려면...'근로단축' 직면한 영화계
  • 황성운
  • 승인 2018.03.08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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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놓고 영화계가 분주하다.

올해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주당 법정 근로시간이 단축된다. 또 영화계는 그동안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됐지만, 이번 개정안 이후부터는 이마저도 제외됐다. 이로 인해 당장 7월부터 영화계도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야 한다. 주당 12시간을 초과하는 연장 근로는 불가능해진다. 

▲ 당장 제작비 걱정...중간규모의 영화 고사될 것

영화 제작자들은 당장 제작비 상승 걱정이 앞선다. 다수의 영화 제작자들은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평균 편당 20~30% 비용 증가가 예상된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의 목소리처럼, 근로시간 단축은 곧 돈과 직결된다. 스태프 등 인력 증가는 필수적이고, 많게는 2배 이상의 예산 투입까지 점쳐진다. 

이 때문에 제작자들은 영화 현장의 특수성이 고려되길 바라고 있다. 직접적으로 영화를 촬영하는 게 전부가 아닌 '준비'하고, '철수'하는 것 역시도 영화 찍는 과정의 일부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현장 상황의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주5일, 하루 12시간으로 묶을 경우 결국 인력을 늘리거나 촬영 기간을 연장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렇다고 촬영 기간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줄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는 곧 영화 완성도와 직결되고, 흥행으로 연결된다. 물론 법적 의무를 저버릴 수도 없다. 때문에 제작비 상승은 불보듯 뻔하다. 촬영 기간이 며칠만 늘어도 억대의 추가 비용이 들어가는 현실을 감안하면, 상당히 두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중간 규모의 상업 영화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100억 이상의 대작이나 저예산 영화는 오히려 타격이 덜 할 것으로 보인다. 대작의 경우 늘어나는 비용 감당이 어렵지는 않고, 저예산 및 독립 예술 영화는 인력과 촬영 기간을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중간 규모의 영화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촬영 기간을 축소하거나 인력을 줄이는 게 자칫 완성도와 직결되고, 흥행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부터라도 개정안 시행 이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시뮬레이션과 함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제작비 상승은 감안해야 한다. 

▲ 그동안 '열정페이' 고통...이제는 변해야 한다

스태프들은 일단 반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개정안 시행과 함께 제작 관행도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앞서 제작자들이 언급했던, 영화 현장의 특수성을 무기로 그 동안 수많은 청춘에게 '열정페이'를 강요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표준근로계약서의 도입으로 그나마 사정이 나아졌지만, 말 그대로 '그나마' 나아진 것 뿐이다. 

영화진흥위원회의 '2016 영화스태프 근로환경실태조사'에 따르면, 스태프들의 1주일 평균 근로일수는 5.45일, 평균 근로시간은 12.7시간이다. 또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에 따르면, 영화 노동자는 일주일 평균 69.2시간, 월평균 300시간 등 엄청난 근로시간을 자랑(?)하고 있다. 이는 효율성을 떨어뜨리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던 문제다. 숱한 지적에도 쉽게 고쳐지지 않은 이유는 익숙해진 관성 때문이다. 때로는 '강제성'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고, 지금이 그 시기일 수도 있다는 거다. 

매년 평균 제작비는 상승하고 있다. 그리고 100억 원대 이상의 대규모 영화들도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처럼 전체 제작비가 여러 이유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스태프 비용 증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도 있다. 영화 산업 발전 속도와 달리 상대적으로 스태프가 홀대됐던 것도 사실이다. 더 효율적으로 영화 현장을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최적의 인적 구성을 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

당장 영화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환경과 삶의 질 개선과 한국 영화 제작 현장의 특수적 상황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기에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더라도 변화를 늦출 순 없다. 법 개정 시행 후 더욱 면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제작 기간 증가나 제작비 상승에 관한 정확하고 합리적인 예측과 그에 맞는 준비에 들어가야 한다.

황성운 기자 jabongdo@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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