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경제] 지난달부터 레몬법 제도가 시행됐지만 국내완성차 업계와는 달리 수입차 업계 대부분이 이를 외면하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명확한 기준과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레몬법(Lemon law)에서의 ‘레몬’은 영미권에서 결함이 있는 자동차, 불량품을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이는 달콤한 오렌지(정상제품)인 줄 알고 샀는데 매우 신 레몬(불량품)이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난달부터 국내에서도 새 차를 구입한 후 동일한 고장이 반복될 경우 교환 또는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한 레몬법이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신차 구매 후 중대한 하자가 2회 발생하거나 일반 하자가 3회 발생해 수리한 뒤 하자가 재발하면 중재를 거쳐 교환·환불이 가능하다.
그러나 자동차 교환 또는 환불 제도는 강제성을 띠지 않는다. 국내 레몬법은 강제 조항이 없는 ‘중재규정’으로 업체들이 자율적으로 수락하도록 해 자동차 업체가 기존 계약서를 변경하지 않을 경우 법적으로 교환 및 환불을 보장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계속 제기됐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레몬법을 도입한 업체는 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 국내 4개 업체, 수입차 업계에선 볼보만이 유일하다. 이 중 현대·기아차와 볼보는 1월 판매분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했고 쌍용차와 르노삼성은 2월 계약분부터 적용한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객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도입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반면 판매량 1~2위를 차지하는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폭스바겐 등 볼보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수입차 제조·판매사들은 여전히 레몬법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수입차 판매대수는 26만705대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웠다. 수입차 인기가 높아지는데 반해 업체들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을 받고 있다.
수입차업계는 관련법 적용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토교통부가 보상 기준을 뒤늦게 마련해 일부 소비자가 레몬법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가 보도되기도 했다. 국토교통부는 언론보도 이후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통해 ‘자동차 교환·환불 중재규정’을 국내외 자동차업계에 통보했다.
한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판매 대리점에 해당 내용을 전달하고 교육하는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며 “명확한 환불 및 교환 규정 적용 기준을 검토 중에 있다”고 전했다. 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다른 회사들의 기준도 참고해 이를 적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5일 자동차 제작사와 간담회 자리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자동차업계에 레몬법 조기 정착을 위해 적극 참여해 줄 것을 당부했다. 김 장관은 “자동차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졌다”며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자동차 제작과 결함을 신속하게 시정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요구했다.
한승주 기자 sjhan0108@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