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이 갑자기 아팠을 때 연간 의료비 부담은 88만원 증가하고 소득은 600만원 감소한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의료비 증가보다도 일을 못 하는 데 따른 소득 감소가 가계에 더 큰 타격이라는 의미로, 고령화 심화 기조 속에 건강 이상이 생긴 이들이 직업을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부연구위원은 21일 노동경제논집 최근호에 실린 '건강 충격의 고용과 소득 효과 분석' 논문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논문은 40∼55세 중장년에게 '건강 충격'이 의료비 지출, 노동시장 참가 상태·근로소득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2008∼2015년 한국의료패널조사자료를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자료 중 갑작스러운 건강 이상을 구분하기 위해 직전 최소 2년간 입원 경험이 없는 이가 종합병원에 3일 이상 입원한 사례를 '건강 충격'으로 구분했다. 임신·출산이나 만성질환에 따른 입원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했다.
논문은 이런 조건에 맞는 '충격집단' 269명을 선정해 건강 충격이 없었던 비교집단 871명과 비교했다.
분석 결과 건강 충격이 생긴 해의 연간의료비는 이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3년 이상 지나면 비교집단과 큰 차이가 없었다. 건강 충격은 단기적으로만 경제적 부담을 높인다는 의미다.
부담은 의료비보다는 일자리 상실 등에 따른 소득 감소에서 더 크다는 것이 논문의 판단이다.
건강 충격이 발생한 해의 전일제 근로 확률은 비교집단보다 11%, 그 이듬해에는 14% 각각 감소했다.
소득은 더 크게 줄었다. 근로소득은 건강 충격이 발생한 해에 비교집단보다 23.6%, 2년째에는 42.4% 각각 줄었다.
금액으로 보면 건강 충격이 발생한 해 의료비 증가는 88만원 수준이지만, 근로소득의 감소는 600만원에 달했다.
아팠을 때 나타나는 의료비 증가는 단기적이지만, 소득 감소는 더 부담이 크고 장기적이라고 논문은 지적했다.
건강 충격이 발생하기 전 작은 규모의 직장에서 근무할수록, 종사상 지위가 열악할수록 그 이후 일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 결과도 나왔다.
고용인 30명 미만 소규모 사업체 종사자는 건강 충격 이후 전일제 근로를 유지할 확률이 8.3% 감소했지만,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 종사자는 특별한 변화가 없었다.
종사상 지위로 구분해 보면 건강 충격 발생 이후 전일제 임금 근로 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임시직 23%, 일용직 30.8% 각각 감소했다.
같은 임시직·일용직 근로자라도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체에 근무하는 이는 종사자 30∼299인 중간규모 사업체에서 일하는 이보다 건강 충격 이후 일자리를 유지할 확률이 각각 22.8%, 37% 높았다.
같은 수준의 질환이나 상해를 경험하더라도 비정규직 근로자는 노동시장에 계속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이는 소득 감소와 직결되는 요인이다.
논문은 이러한 차이가 유급휴가·병가 사용, 근로시간 조정 보장이 사업체 크기에 따라 격차가 있으며, 비정규직 근로자에게 차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논문은 "건강 충격에 따른 차별적 노동시장 이탈은 비자발적이며 안전망 부재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고령층 노동공급 중요성이 확대되는 현재 시점에서 건강 충격을 겪은 근로자들이 지속해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세종=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