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트위터의 악성 계정 청소 작전…이번엔 통할까
[하재식] 트위터의 악성 계정 청소 작전…이번엔 통할까
  • 하재식 교수
  • 승인 2018.07.13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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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 트위터의 계정 청소 작전
트위터, 5월부터 두 달간 가짜계정 7천만 개 중지
가짜뉴스 막기 위한 고육지책, 이번엔 통할까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증오와 가짜뉴스가 넘치는 트위터, 부활할 수 있을까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는 1962년 개인들이 공적 사안들을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는 공간을 일컫는 소위 ‘공론장(Public Sphere)’ 이론을 제시했다. 상상 속에서나 가능할 것 같은 그의 ‘공론장’ 개념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특히 트위터는 민주주의를 한껏 꽃피울 공론장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트위터에 증오 메시지와 가짜뉴스가 넘쳐나면서 ‘민주주의의 적’이란 비판을 받았다. 

이런 불명예를 벗고 싶었던 걸까. 트위터 측이 전에 볼 수 없는 속도로 가짜 트위터 계정을 없애고 있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올해 5월과 6월에 7천만 개의 계정을 사용 중지시켰다. 이런 추세는 7월에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 약 3억4천만 명이 이용하는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인 트위터가 민주주의의 희망으로 부활할 수 있을까.

워싱턴포스트는 “트위터의 조치는 이 플랫폼에서 허위정보를 몰아내기 위한 ‘철학적 전환 (Philosophical Shift)’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표현의 자유‘ 옹호하던 트위터의 변화

지난해 12월 국제인권단체 ‘프리덤하우스’가 발표한 ‘2017 인터넷 자유’ 보고서에 따르면, 30개국 정부가 과거 1년 동안 미국을 포함한 17개국의 선거에 개입해 허위정보를 퍼 나르는 등 각종 여론조작을 실시했다. 대표적인 국가가 러시아와 중국이며, 이들 국가는 선거에 영향을 끼치고자 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활용했다. 이들이 주로 이용한 수단은 ‘봇(Bot)’과 ‘트롤(Troll)’. 봇은 ‘웹 로봇(Web Robot)’으로도 불리우며, 인터넷 공간에서 특정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하는 프로그램이다. 빠른 속도로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을 수행하기 때문에 가짜정보를 전파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트롤은 온라인 공간에서 유언비어나 선동적인 글을 올려 논쟁을 촉발시키고, 불협화음을 야기하는 네티즌을 말한다.

사실 최근 몇 년간 트위터는 가짜정보가 생산되고 유통되는 주요 통로가 됐다. 트위터 본사는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면서 플랫폼을 악용하는 회원들을 제재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도 이번 보도에서 “이처럼 트위터가 대규모 청소에 나선 것은 러시아에 기반을 둔 ‘트롤’ 업체인 ‘Internet Research Agency (IRA)’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 기간에 사회, 정치적 갈등을 증폭시키기 위해 대규모로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악용했다는 비판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의 ‘신뢰와 안전’ 담당 부책임자’ 델 하비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조치는 ‘표현의 자유’ 뿐만 아니라 그 ‘표현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큰 의미가 없다 (Free expression doesn’t really mean much if people don’t feel safe)”고 강조했다.

 

AI까지 동원해 악성 계정 지우고 있는 트위터

지난 3월 트위터의 최고경영자 잭 도시는 트위터를 통해 ‘건전한 대화’를 촉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5월엔 자사 플랫폼에서 그야말로 ‘나쁜’ 행동을 제재하기 위해 적용하는 알고리즘을 전향적으로 바꿨다. 트위터 측은 대규모 계정 중단이 트위터 이용자 숫자뿐만 아니라 회사 성장세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미미하다는 입장이다. 무엇보다 중단 조치를 받은 대상들이 대개 이용되지 않는 사실상 ‘죽은’ 계정이라는 것.

트위터 측은 그동안 플랫폼 정화를 위해 몇 가지 전략을 구사했다. 첫째 내부 실사단을 꾸린 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트롤’ 공장(IRA)이 이용한 계정들을 면밀히 조사했다. 조사 결과 러시아의 계정들이 무차별적으로 대량 살포된 메시지들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IRA 측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거나, 판매 목적으로 시장에 나온 ‘봇’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둘째, 개별 트윗의 내용을 단순히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트위터 계정들이 평소 팔로우하지 않는 대규모 계정에 트윗을 보내는지, 선량한 트윗 이용자들에 의해 차단이 되는지, 단일 인터넷주소 (IP Address)를 통해 해당 계정들이 만들어졌는지, 또한 스팸이나 봇으로 지목된 계정을 팔로우하는지를 조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제가 있는 계정들을 지속적으로 감시하거나, 활동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셋째, 2016년 인수한 인공지능(AI) 벤처기업인 ‘Magic Pony’가 가진 기술을 활용했다. 하비는 “AI 기술이 우리가 더욱 공세적으로 악성 계정을 중단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조치는 때늦은 감이 있다. 2006년 출범한 트위터가 그동안 봇, 트롤, 가짜계정의 문제들을 몰랐던 게 아니기 때문이다. 2015년 당시 트위터의 한 경영자는 “우리는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트롤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몇 년 동안 실패했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사실상 안이한 대책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을 야기한 측면이 있다. 이는 트위터만의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 구글 등도 이러한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실리콘밸리가 돈벌이를 위해 ‘민주주의’라는 공익적 가치에 소홀했다는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트위터의 행보는 소셜미디어 업계에 귀감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자정 조치들이 아직은 갈 길이 멀다는 점이다. 고도화된 기술을 이용해 여론조작을 획책하는 조직, 국가, 개인들의 일탈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탈진실 시대 속에서 이뤄지는 청소 작전

더불어 개별 트위터 이용자들도 건전한 트위터 문화를 만들어 갈 책임이 있다. 이런 점에서 정치인 등 공인들은 더욱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월 7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위터가 기록적인 속도로 가짜계정을 제거하고 있다. 이 계정 중에는 망해가는 뉴욕타임스, 아마존의 선전도구인 워싱턴포스트도 있을 것이다. 아마 그들은 7년 이내에 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윗 내용의 사실 여부를 떠나 언론의 자유가 최우선적 가치라는 미국의 대통령이 미디어에 대한 불신을 이처럼 노골적으로 조장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트럼프 또한 소셜미디어의 ‘여론조작’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우리는 어느 순간 진실보다 감정이 여론형성에 더 큰 영향을 끼친다는 이른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를 살고 있다. 트위터의 악성 계정 청소 작전이 우리가 보다 많은 진실과 만날 수 있도록 돕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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