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삼성 사장단에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
이건희 회장, 26년 독일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
[스마트경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계 관계자들은 아버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경영 DNA를 이식해 4차 산업시대에 요구되는 방향으로 적용했다고 평가한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관련 계열사 사장단을 잇따라 소집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부문별 경영 전략 및 투자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예컨대 이 부회장은 14일 삼성전자 수원캠퍼스에서 IM(IT·모바일)부문 사장단으로부터 ‘IM부문 글로벌전략회의(13일 개최)’ 결과를 보고 받았다. 이 자리에는 고동진 IM부문장 사장, 노희찬 경영지원실장 사장, 노태문 무선사업부 개발실장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부회장은 “지금은 어느 기업도 10년 뒤를 장담할 수 없다”며 “그동안의 성과를 수성(守城)하는 차원을 넘어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IM부문 하반기 경영전략을 재점검하고, 어떠한 경영환경 변화에도 흔들리지 말고 미래를 위한 투자는 차질 없이 집행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5G 이후 6G 이동통신, 블록체인, 차세대 AI(인공지능) 서비스 현황과 전망은 물론 글로벌 플랫폼 기업과의 협업 방안도 논의했다.
이와 함께 이 부회장은 13일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1일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투자 집행 계획을 직접 챙긴 이후 2주 만에 다시 만나 최근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리스크 대응 체계를 점검했다. 또한 향후 글로벌 IT업계의 구도 변화 전망과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부회장의 리스크 관리 방식에서 부친 이 회장의 경영철학이 엿보인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새롭게 창업한다는 각오’라는 대목은 26년 전 이 회장의 ‘신경영선언(프랑크프루트선언)’과 사실상 평행이론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실제 이 회장은 1993년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계열사 사장단 및 임원 200여명 앞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며 대대적인 혁신을 주문했다. 이후 삼성은 메모리반도체와 가전, 스마트폰 사업 등을 1위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대내외적 경영환경도 비슷하다. 이 희장이 1987년 삼성그룹 2대 총수에 오를 당시 소비에트연방의 붕괴 조짐과 중국의 경제개방 등 국제적으로 큰 변화가 이어졌다. 여기에 1997년 외환위기까지 발생했다. 이 부회장이 동일인(총수)에 오른지 1년이 지난 현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4차 산업혁명 등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중대한 갈림길에 서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최근 리스크 관리 방식을 보면 이 회장이 오버랩된다”며 “물론 아버지의 경우 카리스마형 리더였다면 아들은 현장과 소통을 중시하는 리더형”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오늘(17일) 삼성전기를 방문해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5G 이동통신 모듈 등 주요 신사업에 대한 투자와 경쟁력 강화 방안도 직접 챙길 계획이다. 이밖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단 및 타 관계사 간담회 등도 순차적으로 마련할 예정이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