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운명은… 장남 조원태, 2000억 상속세 걸림돌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운명은… 장남 조원태, 2000억 상속세 걸림돌
  • 변동진
  • 승인 2019.04.17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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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세 마련, 한진칼 배당으로도 역부족
한진家 4남 조정호 “대한항공 지원 못해”…경영권 방어 빨간불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공식입장 아직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박지영 기자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사진=박지영 기자

[스마트경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례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재계 이목은 ‘경영권 승계’에 쏠린다. 하지만 2000억원에 육박하는 상속세를 감안하면 장남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과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 차녀 조현민 전 전무에 대한 승계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고 조 회장의 막냇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은 금산분리 등을 이유로 “어떠한 지원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 경영권 방어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진家 경영권 유지, 수천억 상속세에 발목

17일 재계에 따르면 고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 1055만주에 대한 상속세는 최소 추정 약 1700억원이다. 기준 시점의 평균주가를 반영하기 때문에 2000억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 한진그룹 오너 일가 삼남매가 5년간 분납해도 매년 34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한진그룹 지배구조는 한진칼 → 대한항공·한진 → 손자회사 등으로 연결돼 있다. 고 조 회장은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진칼 지분 17.84%로 최대주주이고, 조 사장 2.34%, 조 전 부사장과 조 전 전무가 각각 2.31%, 2.30%를 갖고 있다.

문제는 한진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있다는 것. 또한 배당금으로도 상속세 마련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진칼은 지난해 이익에 대해 179억원을 배당했다. 한진그룹 일가의 합산 지분율이 24.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에게 돌아간 현금은 약 44억원에 불과하다.

조 사장을 비롯한 상속인이 가진 자산에 의존하거나 한진칼 지분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를 마련할 수는 있다. 이 경우 KCGI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행동주의 펀드 KCGI는 한진칼 2대 주주(지분율 13.47%)로 추가 주식 매입을 통해 대한항공 경영권에 적극 참여하려고 한다.

만약 KCGI가 상속인들이 내놓은 한진칼 주식을 사들일 경우 오너 일가의 경영권 방어는 힘들어진다.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 최악의 시나리오는

한진그룹 승계 최악의 시나리오는 삼남매의 경영권 분쟁이다.

물론 고 조 회장의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유언을 고려하면 조 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삼남매의 관계도 우호적이라는 게 재계 중론이다. 

그러나 한진가는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실제로 창업주 조중훈 회장이 2002년 별세한 뒤 네 형제(조양호·남호·수호·정호)는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막내 조정호 회장이 선친의 유언장이 조작됐다며 고 조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사이가 멀어졌다.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냇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박지영 기자
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막냇동생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사진=박지영 기자

◆고 조양호 회장 형제, 한진그룹 경영권 방어 백기사 역할 어려워… 조정호 회장 “돕지 않을 것”

아울러 고 조 회장의 형제들 중 삼남매의 경영권 방어를 도와줄 이들도 없는 실정이다.

조정호 회장이 측근인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을 통해 삼남매의 한진그룹 경영권 승계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부회장은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금산분리 원칙이 있는 상황에서는 메리츠금융그룹뿐 아니라 대주주인 조정호 회장 개인 자격으로도 제도적으로 (한진칼에) 투자할 수 없다”고 말했다.

현행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 24조는 대기업집단 금융회사가 비(非)금융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취득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김 부회장은 이어 “메리츠금융그룹은 앞으로도 금융에만 전념할 계획”이라며 “한진칼 지분을 인수해 백기사나 흑기사 역할을 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선대 회장이 창립한 기업이어서 조정호 회장도 당연히 한진그룹이 잘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면서도 “그것은 선대 회장에 대한 마음일 뿐 현실적으로 투자 의사 결정과는 연결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2006년 사망했고, 회사는 파산한 상태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경영권을 잃었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아직 상 중이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공식적으로 밝힐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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