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허위 정보를 제공해온 게임업체들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공정위 판결로 인해 게임규제가 보다 엄격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반면, 역대 최대 과징금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넥슨코리아, 넷마블, 넥스트플로어 등 3개 게임사에 대해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 및 획득 기간과 관련된 정보를 허위로 표시했다며 과태료 총 2550만원, 과징금 총 9억8400만원을 부과했다. 전상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으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에 대해서 "사행성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업체의 거짓 및 기만적인 확률 표시행위를 적발해 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고자 했다"며 "이를 통해 게임업계의 거짓, 과장 및 기만적 광고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 게임업체 '억울' vs 게임이용자 '솜방망이 처벌'
일부 게임업체들은 이번 공정위 조치에 대해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장 강도 높은 제재를 받은 넥슨은 "공정위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사안의 해석에 있어 입장의 차이가 있다"고 반박했다. 온라인 게임 '서든어택' 퍼즐 이벤트에서 표기된 ‘랜덤 지급’이라는 안내는 '서로 다른 확률의 무작위'라는 의미로 사용됐지만 공정위가 ‘등가의 확률값’으로 해석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넥슨은 "해당 이벤트는 이용자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확률 공개 의무가 없다"며 "향후 이 부분에 대한 추가적인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혀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넥슨보다 비교적 낮은 처벌을 받은 넷마블과 넥스트플로어는 공정위 처분을 수용하고, 의결서 수령 후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넷마블은 "현재 서비스 중인 70여 종의 게임들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과거 3개 게임에 대해 착오가 있었다"며 "이용자들에게 이미 사과 공지를 통해 설명했고 개선조치도 완료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게임업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여론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의 신뢰가 바닥을 치고 있음을 방증한다. 각종 게임산업 규제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던 게임 이용자들이 유일하게 규제를 찬성하는 사안이 확률형 아이템이다. 그만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시각은 부정에 가깝다.
한 게임 이용자는 "연 매출 2조원을 돌파한 게임회사에 대한 제재 수위가 너무 낮다"며 "과징금 10억을 내고도 수천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면 오히려 남는 장사"라고 꼬집었다. 이용자를 기만하는 위반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자율규제 강화 촉구
확률형 아이템이란 구체적인 아이템의 종류나 효과, 성능 등이 개봉 혹은 사용할 때 우연적 요소(확률)에 의해 결정되는 상품이다. '뽑기형' 혹은 '복불복' 아이템으로도 불린다. 대다수의 게임회사들은 이 같은 확률형 아이템 기반의 게임을 앞세워 높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과금 유도 및 사행성 조장, 확률 조작 우려 등 여러 부작용을 일으키며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어왔다.
이에 한국게임산업협회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잠재우고자 자율규제를 2015년 7월부터 시행해왔다. 지난해 2월에는 '자율규제 평가위원회'를 출범해 규제 미준수 게임을 세 차례 공표했다. 그러나 이번 공정위 조사에서 적발된 게임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 실제 아이템 획득 확률에 대한 데이터를 게임사가 갖고 있는 만큼 자율규제를 통해 이를 검열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례가 개선되지 않고 추가 적발될 경우 자율규제 무용론이 대두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업계는 향후 추가 규제를 막기 위해서라도 자율규제에 대한 조치를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