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연극리뷰] 극단 여행자 댄스시어터 ‘이상한 나라의 XXX’, 배우들의 놀이성과 한국적인 정서로 뒤집은 XXX들의 세상 이야기
[거침없이 연극리뷰] 극단 여행자 댄스시어터 ‘이상한 나라의 XXX’, 배우들의 놀이성과 한국적인 정서로 뒤집은 XXX들의 세상 이야기
  • 복현명
  • 승인 2024.06.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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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XXX’는 수학자인 루이스 캐럴이 1865년도에 동화로 발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사진=극단 여행자

[스마트경제] #. '거침없이 연극리뷰'가 스마트경제를 통해 매주 금요일에 새롭게 찾아간다.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4명의 연극평론가들이 거침없는 연극리뷰를 연재한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주간이며 포스트드라마 권위자인 문학박사 김기란 평론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이자 숭실대학교 교수 백로라 평론가, ‘한 줄도 좋다, 우리 희곡’의 저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객원교수 정수진 평론가, 계간 ‘한국희곡’ 편집주간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인 연극평론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동시대 연극 읽기’의 저자 대경대 연기예술과 교수 김건표 평론가가 매주 릴레이로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주). 

극단 여행자의 댄스시어터 ‘이상한 나라의 XXX’(최경훈 연출, 여행자극장)의 공연 이야기다.

‘이상한 나라의 XXX’는 수학자인 루이스 캐럴이 1865년도에 동화로 발표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공연에서는 주인공 앨리스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XXX(김철수)로 등장한다. 

앨리스가 토끼굴로 빠지면서 전개되는 엘리스의 이상한 나라 여행길은 수수께끼 같은 굴속과 토끼, 애벌레와 버섯, 여왕, 트럼프 병정 등 기괴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도도새를 타고 모험을 떠나기도 하고 버섯으로 키를 줄이고 늘리는 마법도 부린다. 말을 하는 고양이와 토끼도 등장하고 목을 쳐라’ 외쳐대는 여왕도 만나게 된다. 

엘리스의 기괴한 여행은 몽상(夢想)의 세계이면서도 현실과 불안한 미래를 투영하고 있다. 

코커스 경주, 크로케 경기, 알쏭달쏭한 수수께끼들과 이상한 규칙의 놀이와 게임, 앨리스가 하트 여왕과 맞서고 꿈으로 돌아오는 사건들에서 들뢰즈의 시뮬라크르적인 현상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극단 여행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XXX들이 살아가는 한국적인 정서로 뒤집었다.

민요, 움직임, 댄스와 안무, 배우의 감각적인 신체표현, 드라마틱한 놀이성을 활용해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40대 초반의 한 남자 (김철수)가 경험하는 ‘이상한 나라의 XXX’ 세계는 연출 최경훈이 각색과 주인공 김철수로 분하고 극단 여행자 배우들은 무대를 종횡하며 탁월한 놀이 감각으로 이야기 세상을 만들어 풍자(諷刺)의 날이 서 있고 유쾌함으로 뒤집었다. 

뒷맛은 ‘XXX’들이 살아가는 비극적인 세상이다.


◇배우들은 놀이성으로 달리고, 민요와 댄스 감각으로 떠나는 김철수의 ‘이상한 나라’

입구부터 극 중 인물로 분한 배우들이 안내하고 무대 공간에는 남, 여 화장실 이동로를 만들어 무대 사이로 다녀오는 이색적인 경험도 하게 된다. 사진=극단 여행자

입구부터 극 중 인물로 분한 배우들이 안내하고 무대 공간에는 남, 여 화장실 이동로를 만들어 무대 사이로 다녀오는 이색적인 경험도 하게 된다. 

정수기며 냉장고도 버젓이 보이는 공간은 현실풍경이면서도 이상한 나라의 세계다. 

환자복, 운동복, 유도복, 작업복 차림의 극 중 인물들이 종이컵으로 제기차기를 하고 몸도 풀고 무궁화 꽃이 피는 놀이도 한다. 동화적인 인물들이 무대로 튀어나온 것처럼 몽상적인 풍경들 사이로 한 남자(김철수)는 러닝머신 위로 연신 걷고 있다. 

공연 제목으로 구행시를 짓더니 한국판 ‘이상한 나라의 XXX’ 세계로 전환된다. 

소품과 기이한 의상 몇 가지로 괴기한 세계를 뚝딱 만들고 16장 재판 장면까지 배우들은 놀이성으로 달린다. 

신체의 유연성과 댄스시어터적인 감각으로 무대공간을 움직이며 활보하면서 일인 다역으로 장면을 만들어낸다. 

배우들은 각 장 별로 등장하는 캐릭터들로 분하면서 장과 장 사이를 스트리밍 하듯 연결하는 탄력성은 덤으로 보여준다. 러닝머신은 뚜벅뚜벅 걷고 뛰고 쉬어가며 이상한 나라로 살아가는 김철수(XXX)의 인생과 삶이다.

무대는 분장실처럼 의상들이 걸려있고 소품은 난장스러움으로 널브러져 있는 극장 공간 환경은 XXX들이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삶의 공간이다. 

XXX는 김철수의 삶과 고독이 맞닿아 있는 불특정인물이다. 1장부터 배우들은 토끼 귀를 달고 나타나 김철수를 향해 이야기해달라고 조르더니 무대는 1장부터 토끼와 승무 애벌레와 중전마마가 등장해 “어기야 디어차 어기야 디어차 어기야“하며 뱃놀이로 전진하는 수중(水中)의 세상으로 전환된다. 

민요 가락도 퓨전식이다. 민요로 앙상블을 보이고 댄스 감각으로 장면의 분위기를 연결하는 식이다. 저승사자식 검정 도포에 토끼 귀를 달고 등장한다. 

러닝머신을 뚜벅뚜벅 걸으면서도 희망으로 달릴 수 없는 김철수를 마주하는 것처럼 XXX이 살아가는 이상한 나라는 고독, 불안, 죽음과 맞닿아 있다.

‘내가 누구인지’, ‘살아가는 세계는 무엇인지’ 게임을 풀어 생존하는 수수께끼 같은 세계다. 극 초반에는 원작의 장면을 연상하게 할 수 있도록 배려도 했다. 

바퀴가 달린 사각기둥의 나무상자가 무대로 들어오고 고양이와 토끼가 서로 물병을 두고 쟁탈전을 벌이는 장면은 위트가 넘친다. 

빨간 물을 마시면 기둥 위로 가래떡처럼 머리가 솟아나고 파란 물은 몸이 작아지는 마법 약수인 듯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사각기둥의 나무상자는 이상한 나라의 XXX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이자 김철수가 살아가는 빙글빙글한 세상이다. 대감 집 문도 되고 중전마마의 파티 장소로도 변주된다. 배우들의 퍼포먼스 감각 속도도 호흡이 척척 맞는다.


◇한국사회 뱃길로 토끼굴로 떠나며 똥광, 팔광으로 죽음의 재판을 내리는 ‘이상한 나라의 XXX’

XXX의 세계는 괴기하면서도 신비스럽고 신비하면서도 현실감이 넘치는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것처럼 극은 구성된다. 사진=극단 여행자

XXX의 세계는 괴기하면서도 신비스럽고 신비하면서도 현실감이 넘치는 사후세계를 경험하는 것처럼 극은 구성된다. 

김철수의 이상한 나라의 여행길은 뱃길로 토끼굴 세계를 뛰고 구르고 놀이로 장면을 극화해 극 중 장면을 연결하는 것도 1초의 틈을 내주지 않는 배우들의 호흡과 앙상블 감각과 통일성은 격한 연습량을 느끼게 한다. 

장면 사이로 툭툭 치고 들어오는 댄스와 안무, 민요들이 파편적으로 뒤섞여지고 놀이적인 감각으로 흩어지고 해쳐 모여 하는 여행자극장의 ‘이상한 나라’ 김철수의 세계는 XXX로 동일화되는 우리의 세상이다. 

배우들의 놀이성은 무대의 규칙을 지키면서도 무대에서 발동되는 장난스러움은 삶의 신명으로 달려가는 축제 분위기로 전환되면서도 비극적인 세계다. 

한 장면을 더 보자. 승무 애벌레가 흰 장삼을 두 손으로 끼고 등장해 고양이가 되어가는 형상을 보이기도 하고 바닥에 몸을 붙여 오체투지 자세를 만들더니 애벌레가 되기도 하고 장삼(長衫)을 펼치더니 ‘Who are you?’ “너는 누구니” 영어스펠링으로 태연스럽게 묻고 김철수는 몸이 변해 간다고 말한다. 

김철수의 삶과 인생의 길목에서 인간이 무엇으로 살아가는지, 내가 누구인지, 존재론적 질문을 웃음코드로 던지기도 김철수가 아버지, 할아버지의 인생을 마주하는 장면은 한판 신나게 놀다가도 마음만큼은‘ 짠’하다.

모자 장수와 토끼들이 등장하는 조선 클럽장면 무대는 댄스시어터적인 난장으로 바뀌고 격구경기를 하러 밍크 털 옷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하는 중전마마 장면은 놀이의 절정이다. 

북소리, 징 소리, 바닥으로 타악의 리듬을 만들어 한국마마를 인식하게 하고 격구경기로 이놈, 저놈 목을 치며 산목숨도 날리는 살벌하면서도 희극적인 세상이다. 

볼레로 음악 뒤로 강강술래는 인생을 허들처럼 굽이굽이 넘고, 달려가는 XXX가 살아가는 세상이다. 

재판 장면 신하들은 화투짝에 팔광, 똥, 싸라기, 화초로 분해 익살스러운 재판을 내리고 마지막은 육중한 중전마마의 ‘사형소리‘로 김철수가 살아가는 세상은 인간의 진실도 뱃길에 새타령으로 소멸되고 놀이성으로 악을 쓰며 버티며 살아가는 개판 같은 세상이다. 

극단 여행자 댄스시어터 ’이상한 나라의 XXX‘는 배우들의 놀이적인 감각성도 돋보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한국적인 정서와 댄스시어터로 풀어낸 형식도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사진=극단 여행자

극단 여행자 댄스시어터 ’이상한 나라의 XXX‘는 배우들의 놀이적인 감각성도 돋보이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한국적인 정서와 댄스시어터로 풀어낸 형식도 아이디어도 신선하다.

아쉬운 것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너무 잘 놀아 김철수 인생이 안 보인다는 점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감각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승무, 애벌레, 모자 장수로 일인다역의 캐릭터를 보여준 조찬희를 비롯해 백준헌. 김해중, 한혜주, 송상규, 나규미. 유혜림, 김가은, 이지윤, 김정기 등은 몸의 감각성이 좋은 배우들이다. 

공연을 끝내고 관객과의 대화에서 연출을 맡은 최경훈 연출의 말이 떠오른다. 

’이상한 나라의 XXX‘를 연습하고 공연하면서 뛰고, 달리고, 움직이며 점프하면서 연극을 만드는 행복을 알게 됐다” 극단 여행자의 ’이상한 나라의 XXX‘는 100분 동안 배우들과 무대에서 즐기고 노는 것 같고 김철수와 XXX일 수 있는 우리 인생을 되돌아보는 짠한 감동도 있다.

◇‘언어’보다는 배우의 몸과 감각과 움직임, 배우 김은희의 ‘극단 여행자’ 

극단 여행자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셰익스피어의 원작의 ‘한여름 밤의 꿈’이 있다. 

2002년 ‘밀양여름공연예술축제’에 참가한 이 작품은 대상, 인기상을 받으며 연출가 양정웅을 알렸다. 

10년 뒤 셰익스피어의 고장인 런던 글로브극장에서 공연된 ‘한여름 밤의 꿈’은 ‘Globe to Globe’ 페스티벌에 참가하면서 한국적인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국을 매료시키는 성공을 거뒀다. 

그 뒤 ‘페리클레스’(2015. 예술의 전당 CJ토월극장)와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개최된 연극페스티벌(DAS THEATER FESTIVAL)에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수정의 밤’과 서울남산국악당과 극단 여행자의 ‘십이야’(2020),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코리올라누스’(2021) 등으로 지속적인 무대작업을 해왔다. 

제43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베로나의 두 신사’(2022, 대학로예술극장)로 무대예술상과 신인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여행자 첫 무용극 ‘Never Feel HAPPY until you TRY’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밖에도 ‘KARMA’, ‘환’, ‘미실’ ‘상사몽’, ‘The Jungle Book’을 통해서는 신체와 움직임, 한국적인 정서들을 작품을 통해 무대화하며 수작들을 선보여왔다. 

극단 여행자는 2016년도부터 배우 김은희 씨가 대표를 맡아 언어(대사) 중심보다는 배우의 몸과 감각, 움직임 중심의 피지컬 연극을 선보이며 배우 김은희의 ‘극단 여행자’와 소극장 ‘여행자’를 이끌어오고 있다.

 

김건표(연극평론가) / 대경대 남양주 캠퍼스 연기예술과(연극영화과) 교수. 국립극단이사,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이사, ‘연극평론’ ‘문학세계’ 편집위원과 ‘한국희곡’ 편집주간, 한국문화예술 위 책임심의위원으로 ‘동시대 연극 읽기’,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장면텍스트’, ‘말과 정치문화’ 등 다양한 전공 서적을 발간했으며 전방위적인 문화정책과 연극평론 하고 있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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