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유지호 신창용 기자 = 개막 2연전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외국인 선수는 한화 이글스의 좌완 채드벨(30)이다.
채드벨은 지난 24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전에서 8이닝 동안 삼진 8개를 낚고 무실점으로 역투해 승리투수가 됐다.
작년 팀 타율 1위(0.309)였던 두산 타선을 맞아 안타와 볼넷을 1개씩만 허용하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채드벨은 개막 전까지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메이저리그 성적이 2시즌 동안 31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7.11로 별 볼 일 없었고, 팀 내에서도 1선발 워윅 서폴드에게 가려져 있었다.
KBO리그 팬들에게는 채드벨이 낯선 이름일지 몰라도 그에게 KBO리그는 꽤 오랫동안 꿈꿔온 무대다.
선발 등판 하루 전에 만난 채드벨은 2016년부터 KBO리그 또는 일본프로야구(NPB) 진출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채드벨은 2016년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트레이드됐다.
당시 디트로이트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팀에는 전 KBO리그 투수와 장차 KBO리그에서 뛰게 될 투수들로 가득했다.
그중에는 테드 웨버(전 NC), 루카스 하렐, 코리 리오단(이상 전 LG), 돈 로치(전 kt)가 있었다.
채드벨은 그들에게 다가가 많은 것을 질문하며 KBO리그에 대해 최대한 배우려고 했다.
채드벨은 "2016년부터 KBO리그 진출을 고려했지만 40인 로스터에 묶인 터라 기회가 없었다"며 "하지만 이번 겨울에 처음으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리면서 KBO에 뛸 기회가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에게 한국에 오는 것은 힘든 결정이 아니었다.
그는 "KBO리그에 뛸 수 있는 외국인 투수는 20명으로 숫자 자체는 무척 적다"며 "KBO리그의 어떤 스카우트든 내가 잘 던졌을 때의 경기를 보고 좋은 인상을 갖기만을 바랐다"고 했다.
채드벨은 2017년 디트로이트에서 3패에 평균자책점 6.93에 그쳤고, 2018년에는 1패에 평균자책점 8.59로 성적은 더욱 나빠졌다.
채드벨이 메이저리그에서 실패한 것은 지나치게 평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화 구단은 채드벨의 구속이 미국에서는 평범한 수준이지만, KBO리그에서는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채드벨의 친구인 한화의 외국인 타자 제러드 호잉의 추천도 큰 역할을 했다.
시범경기 2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7을 찍으며 기대감을 높인 채드벨은 정규리그 데뷔전에서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채드벨은 "KBO리그 타자들은 공을 맞히는 재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다"며 "좋은 공을 건져도 파울로 커트해내더라"고 혀를 내둘렀다.
그는 "KBO리그 타자들을 제압하려면 정말로 영리하게 투구해야 하고, 계획한 대로 정확하게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드벨은 150㎞대 초반까지 던지는 좌완 투수다.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위력적이며, 무엇보다 제구력을 갖췄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갖춘 채드벨이지만 최근 3시즌 동안 한 번도 100이닝 이상을 소화해본 적이 없어 시즌 막판까지도 지금의 구위를 유지할지는 미지수다.
채드벨은 "최근 4년 동안 나는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며 "올해 풀타임 선발을 맡게 돼 기쁘다. 언제 던질지 알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그는 "팀이 승리할 기회를 제공하는 게 내 역할"이라며 "개인 성적은 중요하지 않다. 오직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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