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연예인도 '눈독'
[초점] 1인 크리에이터 전성시대…연예인도 '눈독'
  • 최지웅
  • 승인 2018.03.20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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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크리에이터의 전성시대가 열렸다. 크리에이터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아프리카 TV 같은 플랫폼에 채널을 만들고 직접 촬영한 영상을 올려 대중들과 공유하고 소통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방송국도 아니고 비전문가들이 만드는 콘텐츠가 얼마나 대단할까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영상물에 익숙한 10~20대에게 크리에이터의 인기는 연예인 이상이다.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 ‘크리에이터’

한때 초등학생들 사이에 아이돌 가수와 같은 연예인이 장래희망 1순위였지만 요즘은 크리에이터로 바뀌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공개한 ‘2016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 4명 중 1명은 1인 미디어를 즐겨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마이린’이란 이름으로 유명한 13세 최린 군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마이린TV’은 약 48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대부분의 구독자가 최린 군과 비슷한 또래의 초등학생이다. 최 군은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웬만한 연예인보다 지명도가 높은 셀럽이다.

마이린TV 최린 군과 어머니 이주영 씨 / 사진=다이아TV

 

철저한 관리와 준비 기간, 이력을 갖춰야 ‘연예인’으로 불릴 수 있는 것과 달리 1인 방송 크리에이터가 되긴 쉽다. 하지만 일단 인기를 얻으면 수익만큼은 연예인 부럽지 않다.

대도서관(게임), 도티(게임),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키즈), 밴쯔(먹방) 등의 크리에이터는 억대 수입을 올리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밝힌 ‘2017 유튜버 광고 수익’을 보면 1위인 팜팜토이즈 채널은 약 31억6000만 원, 2위는 캐리앤토이즈(약 19억3000만 원), 3위 도티TV는 약 15억9000만 원이었다. 방송 외 강연이나 행사 수익을 합치면 연간 수입은 크게 상승한다.

업계 관계자는 "학연, 지연, 인맥 등과 전혀 상관없이 대중이 ‘재미있다’고 느끼는 차별화된 콘텐츠만 발굴한다면 누구든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연예인이 대중적 인기를 주도하던 시대에서 한국도 외국과 같은 셀럽 개념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연예기획사 같은 MCN 등장

1인 크리에이터들이 인기를 끌면서 이들을 관리하는 MCN 업체도 활기를 띄고 있다. MCN은 멀티채널네트워크의 약자로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유통하고 저작권을 관리하는 회사를 말한다.

쉽게 말해 1인 크리에이터를 연예인으로 본다면, MCN은 연예기획사로 비유할 수 있다. 크리에이터의 영상 콘텐츠 기획, 프로모션 관리, 저작권 관리, 수익 창출 및 판매, 고객관리 등 연예기획사에서 할 법한 일을 MCN 업체들이 제공한다. 하지만 MCN은 연습생을 키워 양성하는 연예기획사와 달리 크리에이터들과 파트너십을 맺는다는 점에서 차별화됐다.

국내에서는 CJ E&M의 다이아TV를 비롯해 트래져헌터, 샌드박스, 비디오빌리지 같은 회사들이 대표적인 MCN으로 꼽힌다.

사진=구글
사진=구글

다이아TV는 MCN업계의 선두주자다. CJ E&M은 2013년부터 크리에이터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MCN 활성화에 앞장서 오다 2015년 다이아TV를 론칭했다.

현재 다이아TV는 게임, 뷰티, 키즈, 푸드, 엔터, 음악 등 1400여팀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들 중 구독자 100만명이 넘는 크리에이터는 16개팀이다. 구독자 770만명을 자랑하는 원밀리언 댄스스튜디오(댄스커버)를 비롯해 밴쯔, 허팝(실험과학), 대도서관, 씬님(뷰티)과 국내 최고령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 등이 다이아TV 크리에이터들이다.

MCN 업체는 단순히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크리에이터를 영입하지 않는다. 국내 MCN 업체 관계자는 "각 MCN마다 영입기준은 다르지만 주로 콘텐츠의 건전성, 지속가능성, 성장가능성, 대중성 등을 눈여겨 본다"며 "크리에이터의 성공과 실패가 MCN 업체의 생존과 직결돼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예인도 1인 크리에이터 '눈독' 

TV 브라운관을 벗어나 인터넷과 모바일 플랫폼에 뛰어드는 연예인들이 점차 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자신이 출연한 작품의 영상이나 티저, 뮤직비디오를 올리는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제는 유튜브, 팟캐스트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직접 제작하는 크리에이터로 새출발한 연예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연예인 크리에이터로 강유미, 송은이, 이수현 등을 꼽을 수 있다.

강유미는 최근 자신의 1인 방송 한달 수익이 200만~250만원이라고 공개했다. 강유미는 1인미디어를 시작한 계기로 "(기존 방송국은) 저를 자르는 분이 존재하고, 하기 싫은 거 해야 하기 때문에 시작했다"고 말했다. 강유미의 유튜브 방송 ‘좋아서 하는 채널’은 만든 지 불과 10개월만에 구독자 수 30만명을 돌파했다. 전체 동영상 누적 조회 수는 2천 5백만 건에 달한다.

송은이는 팟캐스트와 유튜브 채널에서 재능을 드러내며 콘텐츠 기획자로 주목받고 있다. 송은이가 김숙과 함께 진행했던 팟캐스트 ‘비밀보장’은 SBS 라디오 ‘언니네 라디오’로 발전했다. 또 코너 중 하나였던 ‘영수증’은 KBS2 ‘김생민의 영수증’으로 이어졌다. 이처럼 송은이는 ‘김생민의 영수증’ 등을 기획해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없다는 편견을 깨고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악동뮤지션의 막내 이수현은 뷰티 크리에이터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6월 유튜브에 ‘모찌피치’라는 채널을 만들었다. 순수하고 꾸밈 없는 콘텐츠로 구독자 수 67만 명을 확보했다. 이수현은 방송 내내 쉬지 않고 시청자와 대화를 나누며, 다양한 뷰티 팁을 선사한다.

사진=강유미, 송은이, 이수현 유튜브 채널 캡처
사진=강유미, 송은이, 이수현 유튜브 채널 캡처

하지만 모든 연예인들이 ‘대박’이 나는 건 아니다. 과거 물의를 빚었던 한 인기 연예인은 얼마 전 사측에서 크리에이터 전향을 권유했지만 제작PD, 작가 등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해 없던 일이 되기도 했다. 다이아TV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유명세만 믿고 크리에이터로 전향하는 연예인은 업계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크리에이터와 콜라보레이션에 나선 연예기획사도 있다. 배우 유해진, 김윤석, 이시영 소속사 화이브라더스코리아는 자사 신인 발굴 프로젝트 ‘화이파이브’에 인기 크리에이터 박막례 할머니를 출연시켜 눈길을 끌었다.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크리에이터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몇몇 기획사들이 인기 크리에이터들을 영입하고 MCN에 뛰어들려는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jway0910@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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