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이제 CEO도 젊은 그대”…세대교체 ‘러시’
금융권 “이제 CEO도 젊은 그대”…세대교체 ‘러시’
  • 복현명
  • 승인 2022.04.25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대 시중은행장 중 최연소는 50대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주요 금융지주, 계열사에 60년대생 전면 포진
금융권, 젊은 리더와 여성 비중 늘려 고정적 이미지 탈피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사진=국민은행.

 

[스마트경제=복현명 기자] 금융 환경이 비대면, 디지털로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금융권 CEO들이 젊어지고 있다. 

‘보수적’이라는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고객으로 떠오른 MZ세대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디지털 금융환경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 단행된 금융권 인사를 분석해보면 1963년~1965년생들이 대거 대표 자리에 올랐고 여성 인재들을 리더로 전면 내세웠다.


◇재무·전략·영업 능력 두루 갖춘 실력파, 은행장 중 역대 최연소 이재근 KB국민은행장

금융권의 최고의 파격 인사는 단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다. 1966년생으로 역대 최연소이자 현재 5대 시중은행장 중 가장 어리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 창출’을 내세워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성장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 경제학, 카이스트 금융공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재무와 전략, 영업 등 그룹 내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실력파로 ▲살림꾼 ▲야전 사령관 ▲전략통 등 따라 붙는 키워드도 많다.

특히 지난 2015년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지주 재무기획부장에 발탁됐고 2017년 상무로 승진한 후 그룹 재무총괄(CFO)로 임명돼 내부 살림꾼 역할을 맡아왔다. 

CEO는 회계·투자설명회(IR) 등을 총괄하는 자리로 통상 그룹 CFO 자리를 부사장이 맡아왔던 것을 고려하면 파격적인 인사였다. 

2020년 부행장 시절 6명의 부행장 중 나이가 가장 어렸지만 KB국민은행 부행장의 수석 격인 이사부행장으로 승진해 부행장들의 의견을 조율해 이사회에 피력하기도 했으며 영업부행장으로 발탁돼 1000개가 넘는 점포 관리를 총괄하기도 했다.

특히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은행 내에서 손꼽히는 브레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 이후 국민은행을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로 변화 시키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이 취임 이후 국민은행을 '젊고 역동적인 조직문화'로 변화 시키고 있다. 사진=국민은행.

경영기획그룹 상무와 전무를 역임했고 2019년 KB국민은행 노조 파업 당시 총파업상황반장을 맡아 사태를 해결하기도 했다. 또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시절 비서실장을 지내며 정무 감각까지 갖췄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그는 KB스타뱅킹 등 KB플랫폼을 '슈퍼앱'으로 진화시키고 비대면으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행장은 취임 이후 KB국민은행에 금융플랫폼본부를 신설했고 펀드 서비스, 디지털 신사업, KB모바일 인증, 공급망 금융, 기업자금 관리, 기업 뱅킹, 기관 영업, 글로벌 디지털 등 8개 부문을 데브옵스 조직으로 개편했다.

데브옵스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유래한 모델로 개발자와 운영 담당자 사이 유기적인 협력이 이뤄지는 조직을 말한다. 빅테크에 대응할 디지털신사업본부를 신설하고 '단·실·센터·부·유닛'이었던 부서급 본부 구성을 '센터·부'로 단순화했다.

Z세대를 위한 금융플랫폼인 ‘리브 넥스트’를 시장에 안정적으로 정착시켰으며 통신과 금융을 결합한 리브 모바일(Liiv M)과 KB모바일인증서, KB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KB화상상담 서비스 확대,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인 로블록스(Roblox)를 활용한 금융서비스 연계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보험·카드 등 본격적인 ‘세대교체’ 시작…여성 리더도 전면 등장

CEO 세대교체 행보는 은행권에서만 보이는 현상은 아니다.

금융지주 중에서 먼저 KB금융지주는 CEO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세대교체’에 나서고 있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과 이환주 KB생명 대표, 허상철 KB저축은행 대표 등 카드와 생명보험 등 주요 계열사에도 1960년생 인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이다.

이창권 사장과 허상철 대표는 1965년생, 이환주 대표는 1964년생으로 산업계처럼 밀레니얼 세대 임원은 아니지만 조직이 젊어졌다.

이들 모두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췄다.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은 푸르덴셜생명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성공시킨 전략통으로 불리며 이환주 KB생명 대표의 경우 재무와 전략, 개인고객, 외환 등 지주와 은행 내 주요 핵심 직무를 두루 거쳤다.

또한 최문섭 NH농협손해보험 대표와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역시 1963년생이다.

조경선(왼쪽부터) 신한 DS 대표와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디지털부문장(CDO). 사진=신한금융.
조경선(왼쪽부터) 신한DS 대표와 김명희 신한금융지주 디지털부문장(CDO). 사진=신한금융.

대표적인 여성 리더로는 신한금융그룹의 조경선 신한DS 대표가 꼽힌다. 

신한은행 디지털개인부문장도 겸직해 맡고 있는 그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대고객 마케팅과 업무 프로세스 개선 경험이 풍부하다. 

신한은행 공채 1기 출신으로 1983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37년간 일선 영업점을 비롯해 고객만족센터와 기업금융센터장, 스마트컨택본부장(현 디지털 컨택본부)까지 은행업무 전반을 두루 거치며 경험을 쌓아온 ‘팔방미인’ 금융통으로 불린다.

조 대표는 금융권 최초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신한 쉬어로즈’ 1기 과정을 수료했다.

또 신한금융은 디지털·정보통신기술(ICT) 전략 수립·실행 총괄 CDO에 김명희 부사장을 새로 영입하기도 했다. 

1968년생인 김 부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여성 디지털 전문가로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한 후 한국 IBM에서 약 23년간 근무했고 2013년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디지털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7년에는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장에 임명되며 정부가 ‘민간 우수인재 헤드헌팅’ 제도를 도입한 이후 발탁된 최초의 여성 고위 공무원 출신이다.

하나은행도 1970년대생 여성 인재를 전면에 배치했다.

하나금융그룹의 차세대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웨이브스’ 출신들이 대부분으로 1기 수료자 34명 중 은행 소속 여성 인재는 22명이다.

이 중 박영미 손님행복본부장과 고금란 영업지원본부장 등 2명이 여성 본부장으로 선임돼 하나은행에는 김소정 디지털경험본부 부행장과 이인영 소비자보호그룹 상무, 김미숙 연금사업본부장을 포함해 총 5명의 1970년대생 여성 임원이 포진하게 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CEO들이 젋다는 것은 조직에 혁신은 물론 금융권에 불어오는 디지털 변화 바람에도 쉽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앞으로 이 같은 분위기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