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분기 저조한 실적을 보인 애플이 간판 제품인 아이폰 일부 모델의 가격을 내리기로 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밖의 일부 지역에서 달러가 아닌 현지 통화의 1년 전 가격에 근접하게 아이폰 소매 가격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달러 강세에 따른 비용을 애플이 흡수하겠다는 뜻이다.
아이폰이 판매 가격을 내리는 것은 아이폰 12년 역사상 두 번째다. 애플은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선보이고 난 직후에 가격을 깎은 적이 있다.
애플은 어느 지역에서 새 가격 정책을 적용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 중국 판매업체들은 이번 달 중순부터 일부 아이폰 모델을 10% 이상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아이폰 판매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쿡 CEO는 로이터통신에 "우리는 판매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1년 전의 현지 가격에 더 상응하는 (아이폰 가격으로) 되돌아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에서 아이폰의 가격 경쟁력은 현저히 떨어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중국 토종 업체들이 그보다 훨씬 저가에 스마트폰을 내놓아 소비자들을 끌어모은 데다 달러 강세도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판매가를 높여 놓았다.
지난해 9월 출시된 신형 아이폰 XS 가격은 999달러부터다. 이는 2017년 나온 아이폰 X과 같은 가격이지만, 강달러로 현지 통화 가치 급락을 겪은 미국 밖 소비자들은 가격이 훨씬 비싸진 것으로 체감한다.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매긴 달러지수는 지난 1년간 최고 10%까지 상승했다.
쿡 CEO는 이날 애플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에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33% 떨어진 터키에서 매출이 전년보다 7억 달러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도 애플은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지의 판매 가격에 환율이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애플은 환율 변동에 따라 언제, 얼마나 자주 가격을 재조정할지 밝히지는 않고 있다.
루카 마에스트리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서비스 부문에서 미국 외 지역 비중이 60%가량이며 미국 달러는 최근 몇 달간 상승해 왔다"며 "대체로는 아주 빈번하게 환율에 맞게 서비스 가격을 재조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애플 뮤직, 앱스토어 등 서비스 부문으로는 가격 조정을 확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