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 실적을 기록한 삼성전자[005930]가 최대 경쟁업체인 미국 인텔에 '글로벌 반도체 왕좌'를 다시 내줬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가격 하락세가 올해도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2년 천하'가 될 것이라는 다소 때이른 비관론도 나왔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매출액은 20조원을 밑돌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7년 4분기부터 이어지던 '20조원대 매출 행진'이 중단되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3분기에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인 24조7천700억원과 비교하면 급격한 낙폭으로, 올해도 분기 매출 20조원대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에 비해 인텔은 지난해 10월 말 발표한 실적 가이던스에서 지난해 4분기 매출액 전망치를 190억달러로 제시했다. 약 21조3천600억원에 달하는 액수로, 삼성전자보다 좋은 성적표다.
전분기 실적(192억달러)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지만 삼성전자의 상대적인 부진으로 1위 복귀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2분기에 매출 17조5천800억원(약 158억달러)을 올리면서 인텔(148억달러)을 처음 앞질렀다. 무려 24년간 전세계 반도체 업계에서 '황제'로 군림하던 인텔을 권좌에서 밀어낸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됐다.
특히 2017년 전체로도 삼성전자는 74조3천억원의 매출로, 인텔(628억달러·약 69조1천억원)을 예상보다 큰 차이로 밀어낸 데 이어 지난해에도 전체 실적은 1위 자리를 유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실제로 지난 7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758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인텔(659억달러)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올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예상되면서 또다시 인텔에 '권좌'를 내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제품 가격이 비교적 큰 폭으로 떨어지는 가운데 인텔의 '주력'인 비메모리 시장은 상대적으로 부진의 정도가 덜하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 메모리 시장 부진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데이터센터 수요 감소가 비메모리 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데다 올 하반기부터는 메모리 제품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어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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