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LG이노텍 등 애플 의존도 높은 기업 실적도 '먹구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최재서 기자 = 삼성전자[005930]를 필두로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를 앞두고 있는 국내 IT업계가 '애플 쇼크'로 술렁이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부품 소비업체인 애플이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은 애플에 부품을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낙관할 수 없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2019 회계연도 1분기(한국 기준 작년 4분기)의 매출 전망치를 840억 달러(94조3천억 원)로 애초 전망치보다 5∼9% 낮춰 잡았다.
배경은 복합적이었다.
중화권 경제성장 정체와 중국 내 자국 브랜드 급성장으로 중화권에서의 수요가 둔화한 것에 더해, 최근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내 반미감정이 커진 것도 애플 실적에 걸림돌이 됐다.
이는 애플 관련 매출 비중이 작지 않은 국내 대기업들의 실적에도 고스란히 직격탄이 됐을 것으로 업계는 우려한다.
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국내 애플 주요 공급사인 삼성전자(약 6%)·LG디스플레이[034220](약 32%)·SK하이닉스[000660](약 13%)·LG이노텍(약 55%)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 관련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6∼50%대에 이른다.
특히나 이번 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IT 기업들의 작년 4분기 실적발표가 예정된 가운데 '애플 쇼크'까지 들이닥쳐 업계는 더욱 심란한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오는 8일 잠정실적을 발표하고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LG이노텍도 이달 넷째·다섯째 주에 걸쳐 순차적으로 실적을 공개할 계획이다.
일단 반도체 공급업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에선 SK하이닉스의 실적 타격이 좀 더 클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국내 반도체 대형사들의 실적 전망치는 이미 지난달부터 하향조정되기 시작했다"며 "두 회사 중 SK하이닉스의 애플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좀 더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4분기 실적 전망은 애플 요인 외에도 '반도체 고점론' 에 시달리며 낮아질 대로 낮아진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에는 사상 최고 영업이익(17조5천700억원)을 냈지만, 현재 투자업계에서는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로 12조원대를 제시하는 곳도 상당수다.
SK하이닉스도 지난해 2분기(5조5천739억원)·3분기(6조4천724억원) 연속으로 영업이익 최고 신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으나, 4분기 영업이익은 5조원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삼성디스플레이·LG디스플레이·LG이노텍 등 다른 부품 공급업체들의 실적도 낙관적이지 않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 모바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독점하고 있어 애플과 실적 연관도가 높은 편이다.
실제 작년 2분기 1천4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3분기 약 1조1천억원으로 급증한 배경에는 아이폰 신제품 3종 중 2종에 플렉시블 OLED 패널을 공급한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LG이노텍과 관련해서도, 박성순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광학솔루션 사업은 4분기가 최대 성수기이지만 아이폰 판매 부진 영향으로 당초 기대치를 밑돈다"며 4분기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보다 14% 줄어든 1천116억원 수준이 될 걸로 내다봤다.
ykb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