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재작성·대표 해임, 기업에 막대한 손실
증선위 “더 큰 투자자 피해 막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 기각해야”
[스마트경제]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로 중징계를 받은 삼성바비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를 상대로 치열한 법정 공방을 시작했다. 삼성바이오는 증선위의 조치에 반발, 지난달 28일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 및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삼성바이오 변호인 측은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박성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첫 집행정지 사건 심문기일에서 분식회계 사실을 부정하며 “증선위가 삼성바이오에 대해 ‘분식회계’가 있다는 선입견을 갖고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증선위의 제재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제재 효력을 즉각 정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증선위 측은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가 명백한 사실인 만큼 합당한 제재를 가했다고 반박했다.
증선위는 지난달 14일 2015년 삼성바이오가 자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재평가하기 위해 회계 기준을 변경했는데, 이게 고의 분식회계에 해당한다고 최종 결정을 내렸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단독 지배하는 것으로 회계처리한 것과 관련해 2012년부터 계속 美바이오젠社와 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었으며,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연결해 회계처리한 것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삼성바비오가 이를 통해 에피스의 가치를 4조5000억원 부풀렸다는 것이 증선위의 판단이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의 부풀려진 가치가 장부에 반영, 설립 이후 4년간 적자를 보던 삼성바이오가 단숨에 1조9000억원이 넘는 흑자 회사로 전환됐다.
이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에 재무제표 재작성 시정요구, 대표이사 해임권고, 과징금 80억원 부과 등의 처분을 내렸다. 제재를 물론, 주식 거래도 즉각 중지시켰다.
또 이 일에 관여한 회계법인들에 대해서도 과징금과 감사업무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다. 삼정회계법인에는 중과실 위반으로 과징금 1억7000만원을 부과하고 당해 회사 감사업무를 5년간 제한, 회계사 4명에 대한 직무정지를 건의했다. 안진회계법인에는 과실에 의한 위반으로 당해 회사에 대한 감사 업무를 3년간 제한하기로 했다.
증선위의 결정에 따라 한국거래소도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벌였다. 거래소는 지난 10일 기업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업의 계속성, 투명성, 투자자 보호 등 여러 요소를 놓고 봤을 때 삼성바이오가 경영 투명성 측면에서 일부 미흡하지만,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 안정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상장유지 결정을 내렸다. 다음날 삼성바이오의 주식 거래는 재개됐다.
삼성바이오 변호인은 이날 법정에서 당시 회계처리를 바꾼 이유는 “합작회사인 美바이오젠社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증선위의 요구대로 재무제표를 재작성할 경우 기업가치에 막대한 피해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 측은 “기업가치 훼손으로 인한 주주들의 피해와 시장의 충격과 혼란이 우려된다”며 “본안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재 효력을 정지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표이사 해임 권고 조치에 대해서도 “바이오제약 산업의 비즈니스 사이클이 다른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대표이사의 임기를 보장해 줘야 한다”며 “증선위 권고에 따른 해임으로 비즈니스 차질은 물론 기업의 이미지와 신용도에도 큰 타격을 준다”고 제재 집행 정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해 증선위는 “재무제표를 재작성으로 인한 삼성바이오의 불이익은 기업 이미지 손상뿐이고, 대표이사 해임 권고 처분으로 인한 손해도 불명확하다”고 맞섰다.
증선위는 “본안 소송에서 삼성바이오가 패소하면 신규 투자자가 양산돼 오히려 피해가 확대될 것”이라며 “이번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요구했다.
한편 재판부는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 내년 1월 중에 결정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김진환 기자 gbat@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