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마 단계의 일본의 e스포츠 산업이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발전의 기회로 노리고 있다.
21일 일본 도쿄 미나토구의 한 고등학교 내 행사장에서 열린 디지털 콘텐츠 행사 'YouGoEX 2018'에서 현역 프로게이머 및 관계자들이 모여 일본 e스포츠의 현황과 과제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일본 IT매체 'IT미디어뉴스'가 이에 대해 보도했다.
최근 일본은 e스포츠의 발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올해 2월 '일본 e스포츠 협회'가 설립되었으며, 상금이 걸린 대회가 연이어 개최되고 있다. 프로게이머 자격증 발급도 시작됐다.
대형 연예기획사인 에이벡스(avex), 요시모토흥업이 e스포츠 후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관련 산업의 추진 분위기가 가파르게 고조되는 양상이다.
그러나 아직 일본에서는 e스포츠나 프로게이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강하다.
프로게이머 카즈노코(스트리트파이터 등 격투 게임이 주 종목)는 "아직까지 프로게이머를 '선수'가 아닌 '플레이어' 취급하는 느낌이 강하다"며 "일본의 e스포츠 발전은 아직 더디다"고 밝혔다.
일본에도 과거 '게임을 하면 바보가 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있었고, 그것이 e스포츠에도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매체는 "TV 다큐멘터리에서 장시간 연습에 몰두하는 프로게이머의 모습이 나오는 일이 늘었지만, '프로게이머'의 정의가 애매해, 그 모습이 굳건하게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토론에서는 일본의 e스포츠 흥행 노하우 부족 문제도 지적됐다. 수천에서 수만 명의 관객이 집결하는 세계 수준의 대회를 치르기에는 일본의 e스포츠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게임 방송 전문 플랫폼 '트위치'의 일본 지사에서 근무하는 나카무라 아유하는 "우리는 아직 대규모 경기장에서 대회를 개최하고 5만 장의 티켓을 팔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 그러한 도전을 해보지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e스포츠 종목과 동떨어진 게임 종목 선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일본의 프로게이머는 '스트리트 파이터' 등 격투 게임에서만 활약하고 있을 뿐, '도타2'와 같이 세계적 규모에 고액의 상금이 걸린 대회 종목에는 활동이 미비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e스포츠 협회는 '퍼즐 드래곤', '몬스터 스트라이크'와 같이 모바일게임을 프로게이머 자격증 대상 종목에 포함시켜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나카무라는 "e스포츠 선진국인 한국이나 서방 국가의 전례를 모방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국가마다 국민성이나 상황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2000년부터 프로게이머를 연예인처럼 만들어 e스포츠를 흥행시키려 해왔다. 스포츠는 선수 비즈니스를 통해 큰 산업에 이르는 것인데, 그것을 궤도에 올린 것이 대단하다"며 부러워하기도 했다.
e스포츠 해설자 '아르(aru)'는 2020년 도쿄 올림픽을 일본의 e스포츠를 알릴 기회로 봤다. 그는 "2020년에는 전 세계인들이 일본을 방문하고, e스포츠 이벤트도 대규모로 이뤄질 것"이라며 "게임을 잘 하지 않는 사람에게 e스포츠란 이런 것이라고 보여줄 수 있는 타이밍이 온다"고 말했다.
카즈노코 선수는 "경기로서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받고, 운동선수처럼 취급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가슴 펴고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밝혔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