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바꾸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의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저가 이미지’로 각인되면서 한때 브랜드 성장에 한계를 맞았다. 9일 일본 매체 ITmedia가 유니클로의 이미지 개선 문제에 대한 칼럼을 게재했다.
유니클로는 1990년대 말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중간 유통과정 없이 직접 판매하는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방식으로 급성장했다. 유통과정을 혁신하면서, 같은 가격대에 최고의 품질의 제품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이 주효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저가 브랜드'라는 꼬리표를 붙게 만들었다.
유니클로의 1900엔(약 1만 9천원) 짜리 후리스(fleece)와 2800엔(약 2만 8천원)짜리 엔 청바지는 '가격 파괴' 상품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저렴한 가격으로 너무 많이 판 탓에 브랜드 이미지까지 급락했다. '유니클로를 입으면 부끄럽다'는 유니바레(ユニバレ) 현상도 확산됐다.
그러자 2004년 유니클로는 '유니클로는 저가 판매를 종료합니다'라는 전면 광고를 게재했다. 이 때부터 유니클로는 '저렴한 가격' 노선은 유지하면서도, '저가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지 부심해 왔다.
이후 외부 브랜드와 공동 기획한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 각국의 유명 디자이너와 협업했다. 수만엔 가량의 상품을 1만엔 미만에 판매하는 등 품질은 높이면서도 가격 대 성능 비는 유지하는 전략이다.
또한, 기능성 제품의 강화를 통해 품질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유니클로의 대표적 기능성 브랜드 '에어리즘(Airism)'은 2012년에 탄생한 이후, 매년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그 결과 속건 기능, 접촉 냉감, 제습 등 9개의 기능을 갖게 됐다. 유니클로는 "타사 제품은 하나의 기능만 어필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에어리즘이 압도적으로 강하다"라고 자랑한다.
2006년에는 또 다른 SPA 브랜드 'GU(지유)'를 론칭하면서, 저가 라인을 유니클로와 분리했다. 이 브랜드는 유니클로보다 30%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가을 국내 진출을 앞에 두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노력으로 유니클로의 '싸구려' 이미지는 점차 개선되고 있다. 유니클로 내부에서는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면, 종합적인 품질과 기능 면에서 우리가 최고"라고 장담할 정도로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최근 유니클로는 대대적인 기능성 제품 홍보에 나서고 있다. 2017년 뉴욕, 2018년 3월 파리에서 제품의 기능성을 어필하는 전시회를 개최했다.
세계적인 테니스 선수 로저 페더러와 후원 계약을 맺은 것도 이러한 차원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유니클로는 최근 로저 페더러와 10년간 3억 달러(3360억원)이라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후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유니클로의 동절기 기능성 상품인 히트텍(HIT-TECH)의 경우, 누적 판매수가 10억 개를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기도 하다. 2017년 9월에서 올해 2월까지 유니클로의 일본 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