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한국이 좋아서 한국 드라마를 봤는데 이제는 그저 음악이 좋아서 누군지 찾아보니 한국 가수인 거에요. 일본 10대, 20대들이 그런 거죠."
일본 내 한류가 처음 생겨나던 2002년부터 일본에 머문 황선혜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비즈니스센터장은 정치적으로 경색한 한일관계와 무관하게 2~3년 전부터 일본 내 '3차 한류' 붐이 조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 센터장은 지난 10일 주일한국문화원 개원 40주년 행사 취재차 도쿄 신주쿠 코리아센터를 방문한 한국 기자들과 만났다.
그는 "한국 콘텐츠 분위기가 정말로 확산되고 있다. 10대와 20대에서 특히 그렇다"며 "지난해 오리콘 차트 외국 음악 부문 매출에서 방탄소년단이 1위, 트와이스가 3위를 했다. K팝(매출)이 작년과 재작년 일본에서 15~20% 증가했는데 이런 분위기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 4월부터 NHK에서 한국 TV 드라마 '옥중화'를 방영하는데 NHK 지상파에 한국 드라마가 편성된 건 4년 만이다. 시청률로 보면 한류 전성기 시절 인기 드라마 '대장금', '동이'의 뒤를 이을 정도라고 했다.
얼마 전 NHK라디오에선 매주 수요일 밤 K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도 신설했다고 한다.
일본 내 본격적인 한류는 2003년 NHK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중년 여성층을 중심으로 '욘사마(배용준)' 열풍이 불면서 그때까지 한국 문화를 낮춰보거나 무관심하던 일본 기성세대들의 태도를 바꿔놨다.
드라마가 중심이 된 '1차 한류'는 보아,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 한국 아이돌 가수들이 인기를 끌면서 2010년대 초반 K팝을 앞세운 '2차 한류' 붐으로 이어졌다.
10년 이상 지속하던 일본 한류는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과 과거사에 대한 일왕 사과 요구가 극심한 혐한(嫌韓), 반한(反韓) 여론을 불러오면서 급격히 식었다. 불티나게 팔리던 한국 상품·콘텐츠·서비스 수요가 줄면서 한류 상점들은 문을 닫았다.
그렇게 사그라들던 한류 열풍이 최근 일본 젊은 층을 중심으로 다시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일본에선 이를 '3차 한류'라 부른다.
10~20대가 주축인 새로운 한류 팬들은 1차 한류 붐을 이끈 할머니, 어머니 세대 영향 속에서 성장해 일본 주류 문화에 편입된 한류를 자연스럽게 수용한다고 한다.
이들은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블랙핑크 같은 한국 3세대 아이돌 가수들에 열광하고 한국식 메이크업, 패션, 음식을 즐긴다.
황 센터장은 1·2차 한류가 한국 드라마, 음악을 공급하는 공급자와 수요자가 수직적 구조를 이뤘다면 지금의 3차 한류는 수요자가 주도하는 수평적 구조라고 설명했다.
"(3차 한류 세대는) SNS를 통해 한국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고 알리고 자랑하고 싶어하죠. 트렌드를 봤을 때 (관심이) 단순히 사람으로 가는 게 아니라 상품입니다. 음식도 되고 화장품도 되고 스타일도 하나의 상품이 될 수 있죠. (관심 대상이) 소비재로 바뀐 게 신한류의 의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는 "40~50대는 구매층이 줄었고, 한일 관계도 의식하는 듯하다. 그러나 10~20대(구매층)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양국 관계를 의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앞으로 한일 양국 간 협업 전망이 밝은 콘텐츠 분야로는 TV 드라마 기반이 되는 스토리 산업과 함께 게임을 꼽았다.
황 센터장은 "일본 e스포츠(게임)는 우리나라보다 10~15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고 한다. 일본 입장에선 게임기를 팔아야 하기 때문"이라며 "일본이 우리와 가장 협업하고 싶어 하는 부분이 e스포츠다. 정부 간에도 긴밀하게 협업 중"이라고 전했다.
(도쿄=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 /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