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경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가족끼리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회사를)이끌어 나가라”는 유언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차기 총수 자리를 두고 3남매 사이 교통정리를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대기업집단 지정 발표일을 오는 1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당초 9일 대기업집단 지정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한진 측이 자료를 제때 제출하지 않아 미뤄졌다.

공정위는 관례적으로 매년 5월 1일 대기업집단을 지정한다. 핵심은 동일인 이른바 기업의 ‘총수’다. 이를 위해 지난달 12일까지 각 기업집단에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다만 한진은 조 회장이 지난달 8일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사실상 기한 내 제출이 불가능해졌다. 이 때문에 공정위는 발표일을 9일로 조정, 늦게나마 자료를 내길 기대했다.

하지만 한진은 끝내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고 “기존 동일인 작고 후 차기 동일인을 누구로 할지에 대한 내부적인 의사 합치가 이뤄지지 않아 변경 신청을 못하고 있다”는 공문으로 갈음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진그룹 공문과 관련해 조원태 한진칼 회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등 3남매간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고 조 회장 사망 이후 한 달 가까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합의’를 보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조원태 회장은 지난달 24일 한진칼 대표이사 회장으로 취임한 바 있어 이번 자료 미제출은 더욱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한진의 자료 미제출이 아직까진 불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데드라인은 5월 15일이다. 이를 어기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 받는다.

고발 대상은 한진가(家) 3남매가 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총수가 없기 때문에 특수관계인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한진그룹이 자료를 기한 내 제출하지 않을 경우 직권으로 총수를 지정할 예정이다.

한편 현대차그룹도 총수 지정 등과 관련해 자료를 내지 않다가 이날 오전 공정위에 제출했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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