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업체·소상공인·종사자 “영업권·일자리 보전 중요”… 관건은 법 개정안 통과 여부
[스마트경제] 서울역·영등포역 상업시설 자리에 대한 사업자 공모가 시작된 가운데, 누구의 품으로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인천터미널점에 이어 영등포역사 백화점을 두고 2라운드를 펼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역의 경우, 롯데와 한화의 경쟁을 점치고 있다.
◇6월 3일까지 제안서 접수… 철도공단 “사전자격심사 후 가격입찰”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내달 3일까지 ‘(구)서울역·영등포역 상업시설 신규 사용자’를 공모한다고 3일 밝혔다.
이는 해당 시설에 대한 30년간의 점용허가기간(1987~2017년)이 만료된 후 2018년 1월 국가에 귀속됐으나 입점업체 및 종사자 보호 차원에서 기존 사업자에 허가된 2년간의 임시사용기간 역시 올해 말로 만료되기 때문이다.
단, 3000㎡ 이상 대규모 점포(유통산업발전법 제2조 기준)를 개설·등록한 실적을 가진 단독법인으로 최근 10년 이내 3년 이상 연속해 대규모 점포를 운영해야만 참가자격이 주어진다.
철도공단은 △고용승계·고용안정 계획 △중소기업과의 상생협력 △공공 공간 확보계획 등을 평가하는 사전자격심사를 통과한 법인에 한해 입찰참가 자격을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철도공단 관계자는 “대규모 점포의 안정적인 운영이 입점업체·소상공인·종사자 등의 일자리와 직결되는 만큼 사전자격심사를 거쳐 적격자만 가격입찰에 참여시킬 것”이라며 “최종 낙찰자는 최고가 입찰자로 6월 말이면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낙찰자는 2020년 1월부터 영업개시가 가능하다. 이때 사용기간은 최장 10년(5년, 1회 갱신)이나 연내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 시 최장 20년(10년, 1회 갱신)까지 늘어날 수 있다.
◇‘영등포역’은 롯데vs신세계 제 2라운드, ‘서울역’은 롯데vs한화 눈치싸움 예상
롯데와 신세계가 ‘알짜점포’로 꼽히는 영등포점을 두고 다시 경합할 전망이다.
롯데와 신세계는 2012년 9월 롯데가 인천시로부터 신세계백화점 인천터미널점이 위치한 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매입한 이후부터 5년간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승기는 롯데가 잡았다.
영등포점은 약 5000억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롯데백화점의 핵심 점포 중 하나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롯데가 매출하락으로 인한 실적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입찰자격을 얻어 최종 낙찰 받는 데 사활을 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신세계의 경우, 기존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영등포점 등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인천터미널에서 고배를 마신 경험까지 더해졌다. 이에 롯데와의 재대결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우량 점포를 지켜내기 위한 롯데는 무조건 입찰참가 자격을 얻고 높은 가격을 써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신세계는 인천터미널점을 뺏겨 자존심에 상처가 난 상황이다. 이번에 영등포점 낙찰로 명예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서울역 상업시설은 기존의 위탁운영자인 롯데와 사업권을 보유한 한화의 경쟁이 예상된다. 이곳은 롯데마트 점포 중 매출 순위 톱(Top)5에 드는 곳으로, 2004년부터 롯데가 한화로부터 위탁을 받아 10년 넘게 운영 중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서울역 롯데마트는 외국인들이 주로 찾는 등 독특한 상권으로 롯데나 신세계 정도가 운영할 여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여기에 원 사업자인 한화가 직접 경영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주변에 이마트 용산점이 있어서 최종적으로 롯데와 한화가 경쟁하지 않겠나”라고 전망했다.
롯데와 신세계는 모두 아직까지 입찰자격이 주어진 것이 아닌 관련 공고만 난 상황이라며 신중한 모습이다.
롯데 관계자는 “이미 입점해 운영하는 점포들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이제 공모와 관련된 내용이 발표됐다. 상권 중복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 중이며 구체적으로 나온 건 없다”고 말했다.
◇입점업체·종사자의 읍소 “지금처럼 일할 수 있길”… 업계 “조속한 개정안 통과 필요”
입점업체와 소상공인, 종사자 등은 영업을 지속할 수 있고 일자리가 보전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역과 영등포역에서 영업 중인 입점업체들의 계약이 올해 12월 말로 끝나기 때문이다.
입점업체 관계자는 “국가재산으로 귀속된 후인 2년 전 올해 12월 말자로 만료되는 계약을 체결하고 매장을 운영 중”이라며 “임차인으로서 생업을 계속 영위할 수 있을지 불안한 상태다. 한순간 길바닥으로 내몰릴 수 있는데 이때 시위라도 해야 하나 싶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입점업체 관계자는 “최저임금이 올라가고 경기가 악화되면서 매장을 운영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높은 가격을 쓴 기업에게 사업권을 준다고 하던데 그럼 임대료가 오를 일만 남은 게 아닌가. 일을 계속 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한 매장 종사자는 “미래의 상황을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며 “롯데든 신세계든 한화든 상관없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일자리를 찾을 자신이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서는 사업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는 법안 통과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달 임대기간을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하는 ‘철도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아직 ‘국유재산특례제한법 개정’이라는 허들이 남아 있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상으로는 임대기간이 최장 10년이다. 5년 사업 후 1회에 한해 5년 연장을 하는 것인데 총 10년의 기간으로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연내 통과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투자 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관계자는 “법 개정부터 사업자 등록, 인허가 문제 등이 1월 1일 전까지 처리되지 않는다면 사업자를 새로 선정해야 한다. 불상사를 피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과정을 조속히 끝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소희 기자 ksh333@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