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산업 돋보기] 판타지오 대표 해임, 차이나 머니의 두 얼굴
[엔터산업 돋보기] 판타지오 대표 해임, 차이나 머니의 두 얼굴
  • 홍동희
  • 승인 2018.01.26 14: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판타지오
사진=판타지오

 

국내 굴지의 연기자 매니지먼트사인 판타지오의 나병준 대표가 해임됐다.

판타지오의 대주주인 JC그룹은 지난 연말 이사회를 통해 예고 없이 나병준 대표에 대한 해임안을 가결했다. 이어 나 대표는 지난 25일 판타지오에 등기이사 사직서를 체줄하면서 판타지오에서 완전히 떠나게 됐다.

사직서를 내기 전 나병준 대표는 직원들과 소속 아티스트에게 자신이 떠난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메일에는 나 대표는 중국 회사와 해외시장 개척과 다양한 콘텐츠 외형 확장의 필요성과 기회의 시기라 생각돼 파트너십을 맺었으나 파트너를 잘 선택하지 못한 책임을 안고 떠난다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계 대주주인 JC 그룹으로부터 강제 해임된 지 한 달여 만이다.

배우 매니저 출신인 나 대표는 판타지오의 설집자다. 그는 싸이더스HQ 소속 현장 매니저를 거쳐 판타지오의 전신 겪인 N.O.A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지금의 판타지오엔터테인먼트로 키워냈다. 또한 지금의 판타지오를 성실히 이끌어 오면서 중견 매니지먼트사로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나병준, 사진=MBC 화면캡쳐
나병준, 사진=MBC 화면캡쳐

하지만 판타지오는 지난 2016년 재정 확보를 위해 중국의 투자사인 JC그룹의 한국 지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에 지분 일부를 넘겼다. 이후 JC그룹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의 절반(50,07%)을 취득하며 1대 주주로 올라섰다. 점차 나병준 대표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싸이더스 시절부터 함께해온 일부 배우들도 계약기간 만료 후 판타지오를 떠나기 시작했다.

결국 나 대표가 해임되고, 일부 임직원들 역시 법인 카드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는 등 문제가 커졌다. 직원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법적 대응까지 추진하고 나병준 대표의 복귀를 추진했으나 끝내 이뤄내지 못했다.

나병준 대표는 판타지오의 홍콩법인 설립 등의 문제와 자금 관리 등의 이슈로 JC그룹과 마찰을 빚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판타지오는 지난해 3분기 52억원(462만 달러)을 출자해 홍콩법인을 설립했다. 뚜렷한 사업계획 없이 홍콩법인을 설립하고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에 반기를 든 것이다.

판타지오는 최근 몇 년 사이 주목받는 신인급 연기자, 가수를 가장 많이 배출해낸 매니지먼트사로 평가받는다. 서프라이즈의 서강준, 공명, 최근 '황금빛 내인생'으로 주목받은 이태환 등은 물론이고, 강한나 그리고 워너원의 옹성우 역시 판타지오의 연습생이다. 아이돌그룹 위키미키와 아스트로 역시 계열 판타지오 뮤직의 소속이다.

그럼에도 판타지오는 최근 재무 상황이 좋지 못해 적자가 발생했고, 이런 상황이 나병준의 대표이사 해임의 빌미가 됐다.

나병준 대표의 해임은 해외 자본으로 인해 국내 자본이 잠식당하면서 ‘차이나 머니’ 두 얼굴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됐다. 판타지오는 득보다는 실이 컸다. 이 사태가 나 대표의 사직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이는 드물다. 소속 아티스트들의 연쇄적인 이탈과 내부 잡음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는 해외 특히 중국계 자본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교훈을 엔터테인먼트 산업 전반에 남겼다. 해외 투자는 분명 긍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무분별한 차이나머니의 유입은 결국 국내 엔터산업 전반의 시스템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더욱 신중을 기할 때다.

홍동희 기자 dh.hong@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