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T)이 최근 국내 굴지의 엔터테인먼트사 3곳과 손을 잡고 음원 유통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엔터테인먼트분야 정상급 업체인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와 방탄소년단의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 2PM-갓세븐-트와이스 등의 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는 지난달 31일 SKT와 손잡고 B2B(기업 대 기업) 음악 콘텐츠 유통 및 B2C(기업 대 소비자) 음악서비스 플랫폼 등 음악사업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4사는 “현행 음악시장의 사업구조를 개선하고 콘텐츠의 창작과 생산의 선순환 구조를 정립함은 물론 보다 효율적이며 산업친화적인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결과 SM과 JYP, 빅히트 3사의 음반과 음원 콘텐츠의 B2B 유통을 SKT의 계열사 아이리버에서 진행한다. 4사는 효과적인 사업을 위해 AI(인공지능) 사업 영역 뿐 아니라 음악 저작권 보호와 거래기록 투명화 등에 활용 가능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다.
그렇다면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 플랫폼인 멜론 운영사인 로엔엔터테인먼트를 지난 2013년 홍콩계 사모펀드인 어피니티 에퀴티 파트너스(어피니티)의 계열사에 매각한 SKT가 다시 음악 사업에 눈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스마트 기기의 보편화와 스트리밍(실시간 전송) 서비스의 일반화로 유료 음원 사용자가 증가세를 보이고, 음원 서비스를 핵심으로 하는 인공지능(AI) 스피커가 등장하면서 음원의 몸값이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AI 스피커 시장은 SK텔레콤 ‘누구(NUGU)’를 시작으로 KT, LG유플러스, 네이버, 카카오 등이 AI 스피커 시장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고, 구글 역시 AI 스피커의 국내 출시를 추진 중이다.
음원 서비스는 그 자체로 수익이 높은 비즈니스는 아니다. SKT는 과거 통신사 고객을 붙잡기 위해 멜론을 이용한 바 있다. 스마튼에 멜론을 기본 앱으로 탑재하고 SKT고객에게 거의 무료에 가깝게 음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멜론은 전체 점유율 60%에 달하는 1위 음악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SKT는 앞을 내다지 못한 채 음원 서비스 그 이상 활용하지 못하고 결국 음원 시장에서 손을 떼고 말았다.
이번 SKT의 음원 유통 사업 진출은 AI 스피커 출시 등으로 다시 음원 시장과 스트리밍 서비스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SKT의 마음이 다시 움직였다고 볼 수 있다. 음원 서비스는 특히 AI 스피커가 경쟁력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AI 스피커의 핵심 콘텐츠는 음원 서비스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달라질 수도 있지만 스피커의 특성상 음악 콘텐츠는 당분간 AI 스피커 시장에서 가장 핵심적인 무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국내에서는 로엔을 가지고 있는 카카오가 AI 스피커를 통한 음원 서비스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2위 지니뮤직을 보유한 KT(1대 주주), LG유플러스(2대주주) 역시 AI 스피커 시장 확대에 지니뮤직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반면 일찌감치 AI 스피커를 시장에 내놓고도 점유율을 높이지 못했던 SKT는 이번 음악 유통 사업 진출로 내심 시장 선점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번 사업 확장이 통신계 ‘공룡’ SKT와 연예계 ‘공룡’ SM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니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업계의 영향력과 자금력 또한 무시하지 못할 만큼 커진 것도 확실하다. 그럼에도 SKT의 음원 시장의 신규 진입이 음악업계에 곧바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홍동희 기자 dh.hong@dailysmart.co.kr